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대입·진학·교육을 현장의 시선으로 해석합니다.

학생을 읽다

세특의 출발, ‘보이기 위한 활동’에서 ‘나의 질문’으로

우함길 이 선생 2026. 10. 2. 15:20

평가자의 시선에서 나의 질문으로 바꾸는 세특 탐구

 

좋은 세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학생부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활동을 하면 대학에서 좋게 볼까요?”

“세특에 넣으려면 어떤 탐구를 해야 하나요?”

“희망학과와 관련된 활동을 하나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입니다.

학생부가 대입 평가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니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평가자가 어떻게 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한번 질문의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이 무엇을 좋아할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궁금한 사람인가?”입니다.

좋은 세특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도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세특을 생각하는 순간, 왜 ‘평가자’부터 떠올리게 될까

세특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학생들은 쉽게 입시를 떠올립니다.

어떤 활동이 더 좋아 보이는지, 어떤 탐구 주제가 더 수준 높아 보이는지, 어떤 표현이 대학에서 긍정적으로 읽힐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의 순서가 이렇게 바뀌기도 합니다.

평가자가 좋아할 만한 것
→ 활동을 찾는다
→ 탐구 주제를 정한다
→ 세특에 남긴다

겉으로 보면 매우 계획적인 준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활동의 중심에 학생 자신보다 ‘평가자의 시선’이 먼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궁금해했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좋아 보일지를 먼저 찾고, 자신이 실제로 관심 있는 문제보다 희망학과에 어울릴 것 같은 주제를 고르게 됩니다.

그러면 탐구는 할 수 있습니다.

자료도 찾을 수 있고 발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생에게

“왜 이 주제를 탐구했니?”

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학교생활기록부의 원래 출발점도 ‘활동의 개수’는 아니다

202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학생참여형 수업과 수업에 연계된 평가에서 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목별 성취수준의 특성, 학습활동 참여도, 자기주도적 학습에 따른 변화와 성장 정도를 중심으로 기재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업에서 이루어진 활동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학생 개인의 성취과정과 성취특성이 드러나도록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기준을 학생의 입장에서 뒤집어 생각해 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가 보입니다.

세특의 본질은

“무슨 활동을 몇 개 했는가”

보다

“수업 안에서 이 학생이 어떻게 배우고, 생각하고, 변화했는가”

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이 세특 문장을 직접 작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가 수업과 평가 과정에서 관찰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 속에서 자신의 질문을 가지고 배우는 것입니다.

3. 발상을 바꾸면 질문도 달라진다

세특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질문부터 하기 쉽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지만 조금 다른 곳에서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 학과에 가고 싶은가?”

“그 분야의 무엇이 나를 끌어당기는가?”

“수업을 들을 때 어떤 내용에서 유난히 궁금증이 생기는가?”

“나는 어떤 문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대학에 보여줄 답을 만드는 질문이 아닙니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를 희망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경제학과에 가고 싶다.”

라고 말하는 것과

“사회에서 같은 정책이 사람마다 다른 결과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두 번째 학생에게는 이미 하나의 관심이 보입니다.

정책, 사람들의 선택, 사회적 결과 사이의 관계가 궁금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부해 볼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업에서 관련 개념을 더 살펴볼 수도 있고, 통계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정책 사례를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궁금한가’를 따라가다 보면 다음 행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4. 희망학과를 생각하는 이유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망학과를 생각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왜 그 학과를 가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질문의 목적이 달라야 합니다.

“경제학과에 지원하니까 경제 탐구를 해야 한다.”

“생명공학과를 희망하니까 유전자 관련 주제를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생명과학의 어떤 부분에 특히 관심이 있는가?”

“경제현상 가운데 어떤 문제가 나에게 계속 궁금한가?”

“컴퓨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끌리는가,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끌리는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흥미가 있는가?”

라고 묻는 것입니다.

희망학과는 학생을 특정 활동으로 몰아가는 이름표가 아니라, 자신의 관심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하나의 렌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을 거치면서 희망학과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관심이 더 분명해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5. ‘나의 질문’이라고 해서 특별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학생들이 또 하나 부담을 느끼는 지점이 있습니다.

“나만의 질문이라면 정말 독창적인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은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 가운데 서로 모순돼 보이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간단히 설명했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달랐던 이유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한 작품을 읽고 등장인물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학에서 하나의 풀이를 배우고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는지 궁금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화려함이 아닙니다.

“왜 나는 이것이 궁금했는가?”에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5개 대학 공동연구에서 제시한 학생부종합전형의 학업역량 역시 학업성취도만이 아니라 학업태도와 탐구력을 함께 평가항목으로 두고 있습니다. 진로역량에서도 진로 탐색 활동과 경험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룹니다. 다만 이 연구는 참여 대학들의 공동 연구모형이며 모든 대학이 동일한 평가요소와 비율을 적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도 탐구를 ‘특별한 주제 하나를 고르는 일’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궁금해하고,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생각을 수정하고,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6. 보여주기 위한 활동과 나를 보여주는 활동은 다르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두 학생 모두 책을 읽을 수 있고, 발표를 할 수 있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은

“이걸 하면 학생부에 좋아 보일 것 같다.”

는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다른 학생은

“수업에서 이 부분이 계속 궁금했다.”

에서 시작합니다.

활동의 형태만 보면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학생은 자신의 질문이 있기 때문에 자료를 선택하는 이유가 생기고, 탐구의 방향을 수정할 이유도 생기며, 끝난 뒤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나의 질문’은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에게 무언가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 안에 있는 관심과 궁금증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쉽게 답을 내리지 않고 무엇을 더 확인하려 하는지,

생각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좋은 세특에서 읽고 싶은 것도 결국 이런 학생의 학습 모습에 가깝습니다.

7. 그러면 학생은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될까

새로운 활동부터 찾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자신이 이미 하고 있는 공부를 한번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수업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이해되지 않아 다시 찾아본 것은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데 왜 그렇지?’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는지,

책이나 기사에서 계속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는지,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에 왜 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에

“왜?”

를 한번 더 붙여봅니다.

그것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특을 위한 활동을 먼저 만들려고 하면 학생은 끊임없이 밖을 바라보게 됩니다.

다른 학생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주제가 좋아 보이는지,

대학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질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리면 조금 다른 길이 열립니다.

“나는 무엇에 끌리는가?”
“나는 무엇이 궁금한가?”
“나는 그것을 왜 더 알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8. 좋은 세특의 출발은 결국 ‘나’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평가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대학이 무엇을 평가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평가기준을 이해하는 것과 평가자에게 맞추어 자신을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세특의 중심에 평가자를 놓으면 학생은 자신에게 무엇을 더 붙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반대로 자신을 중심에 놓으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왜 그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지,

지금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세특은 평가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활동을 모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학생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기록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세특에 무엇을 넣을까?”

가 아니라

“나는 무엇이 궁금한 사람인가?”

여야 합니다.

좋은 세특은 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참고자료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 「202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및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련 안내

경희대학교·건국대학교·연세대학교·중앙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 「NEW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요소 및 평가항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