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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특은 나의 어떤 역량과 성장 과정을 보여 주는가

2026. 10. 7. 00:32ㆍ학생을 읽다

좋은 세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⑨

 

수업 속 행동과 변화에서 학생의 역량과 성장 과정이 드러나는 흐름

 

한 학생의 세특을 여러 과목에 걸쳐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활동의 이름보다 그 학생이 배우는 방식이 먼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질문을 남기는 학생이 있습니다.

두 자료의 내용이 다르면 어느 쪽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실험이나 탐구가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때 조건을 바꾸어 다시 시도하는 학생이 있고,

토론에서 다른 사람의 근거를 들은 뒤 자신의 생각을 고쳐 쓰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에는

‘학업역량’,

‘자기주도성’,

‘문제해결력’,

‘공동체역량’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기록을 읽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이 학생은 모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구나.”

“근거를 확인한 뒤 판단하려는 학생이구나.”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방법을 찾아볼 줄 아는구나.”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구나.”

저는 세특에서 말하는 ‘역량’이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특별한 활동을 먼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로 배우고 행동하는 과정이 쌓이고,

그 과정을 읽었을 때 비로소 그 학생이 가진 힘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역량은 세특에 써 넣는 단어가 아니라, 학생의 실제 행동을 통해 읽히는 힘입니다.

그리고 ‘성장’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더 뛰어난 학생이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의 질문보다 나중의 질문이 조금 더 구체적이 되고,

처음의 설명보다 나중의 설명에 근거가 생기고,

처음에는 포기했던 문제를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고,

혼자 생각하던 학생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변화가 쌓이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1. 역량은 세특에 넣는 ‘좋은 단어’가 아니다

‘역량’이라는 말을 들으면 학생들은 쉽게 명사부터 떠올립니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성.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이 표현들은 모두 의미 있는 말입니다.

문제는 학생이 이 단어를 목표로 삼는 순간입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자기주도성을 보여줘야지.”

“이 보고서에서는 문제해결력을 드러내야지.”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시 ‘보이기 위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성은 ‘자기주도성을 발휘함’이라고 적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스스로 다음 자료를 찾아보거나,

피드백을 받은 뒤 방법을 수정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읽힙니다.

문제해결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없는 활동에서는 문제해결력이 드러나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잘되지 않았는지 발견하고,

원인을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다시 판단했을 때 비로소 그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역량의 이름을 먼저 정하고 행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 쌓인 뒤 그 안에서 역량이 읽혀야 합니다.

2. 대학마다 사용하는 ‘역량’의 이름과 평가 구조도 같지 않다

학생들이 하나의 역량 목록을 외워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학마다 학생부를 활용하는 전형의 구조가 다르고, 학생을 바라보는 평가의 틀 역시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8학년도 건국대학교 시행계획을 보면 수시 KU지역균형은 학생부 교과정량 70%와 교과정성 30%를 결합하는 구조입니다. 이 가운데 교과정성평가에서는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이수내역·세특 등을 통해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평가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도 수시 안에서 전형에 따라 학생부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2028학년도 고교추천전형은 교과정량 80%·출결 5%·서류 15%를 반영하고, 미래인재전형은 서류형의 경우 서류 100%, 면접형의 경우 1단계 서류 100% 후 2단계에서 서류 70%와 면접 30%를 반영합니다. 시행계획에서는 서류평가를 통해 교과 성취와 학업역량·진로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구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학생부를 활용하더라도

교과 성적과 정성평가를 함께 보는 전형이 있고,

서류 전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있으며,

면접까지 연결해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 전형도 있습니다.

대학 현장 설명에서는 또 다른 표현도 등장합니다.

인천대에서는 대안적 문제해결, 창의적 사고, 시행착오와 확장 경험을 통해 학생의 ‘발전역량’을 살펴본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즉 대학이 사용하는 평가요소의 이름과 그것을 묶는 방식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학업역량 하나, 진로역량 하나, 공동체역량 하나를 학생부에 넣어야 한다.”

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대학의 평가 언어를 자신의 활동 목록으로 잘못 바꾸게 됩니다.

대학의 평가요소를 학생부 문장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평가자가 읽더라도 학생의 힘을 납득할 수 있는 실제 학습과 행동의 근거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시행계획은 여기에서 어떤 전형이 학생부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학생의 학업과 탐구를 실제로 어떻게 읽는지는 이후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평가 안내, 모집요강 등을 함께 확인해야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3. 세특에서 역량은 ‘근거가 있는 판단’으로 읽혀야 한다

교사가

“분석력이 뛰어남.”

이라고 기록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좋은 평가 표현입니다.

그런데 그 앞뒤에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 없다면

왜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두 통계자료의 조사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결과 차이의 원인을 비교했으며,

처음의 결론을 수정했다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면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표현이 없어도 학생의 분석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과 교사의 간담회에서도 교사의 가치 판단은 학생의 강점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지만, 그 판단이 구체적인 활동과 결과에 연결될 때 신뢰도가 생긴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앞선 글들에서 계속 실제 행동을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세특에서는 ‘무슨 역량이 있는 학생인가’보다 ‘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가’가 함께 보여야 합니다.

4. 학업역량은 어려운 것을 많이 아는 것과 조금 다르다

학업역량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먼저 성적이나 어려운 지식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교과 성취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특에서 학업역량을 읽을 때는 단지

“어려운 내용을 공부했다.”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배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가.

그 개념을 다른 문제에 적용했는가.

자료를 근거로 설명했는가.

서로 다른 내용을 비교하고 관계를 찾았는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했는가.

모르는 지점이 생겼을 때 다시 질문했는가.

이런 장면들이 함께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대학 수준 공식을 찾아 적은 학생보다,

수업에서 배운 함수 개념을 이용해 실제 자료의 변화를 설명하고,

그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한 학생에게서 학업의 깊이를 더 구체적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학업역량은 ‘얼마나 어려운 것을 알고 있는가’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사용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와 연결됩니다.

5. 탐구역량은 ‘탐구를 많이 한 학생’이라는 뜻이 아니다

탐구역량도 활동 개수와 같지 않습니다.

보고서를 많이 작성했다고 탐구역량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탐구역량은 오히려 하나의 질문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해합니다.

확인할 방법을 찾습니다.

자료를 비교합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이유를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방법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듭니다.

포항공대 입학사정관과 교사의 간담회에서는 활동의 이름보다 왜 시작했는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 다음 탐구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강조한 설명이 있었고, 결과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원인을 탐색하고 후속 질문으로 이어가는 지속성과 자기주도성을 의미 있게 보았습니다. 이는 해당 대학의 선발 철학을 반영한 설명이므로 모든 대학의 동일한 평가기준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탐구역량은 답을 빨리 찾는 힘이라기보다, 질문을 더 나은 질문으로 발전시키며 끝까지 따라가는 힘에 가깝습니다.

6. 자기주도성은 ‘모든 것을 혼자 했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주도성을 오해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선생님 도움을 받으면 자기주도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에서의 배움은 원래 교사와 친구, 자료와 피드백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자기주도성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능력이 아닙니다.

도움을 받은 뒤 무엇을 하는가와 더 관련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고 자신의 방법을 수정할 수 있는가.

친구의 다른 의견을 듣고 근거를 다시 확인하는가.

자료를 읽다가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스스로 추가로 찾아보는가.

한 활동이 끝난 뒤 다음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보는가.

이런 행동에 자기주도성이 있습니다.

자기주도적인 학생은 혼자 하는 학생이 아니라, 배움의 다음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학생입니다.

7. 공동체역량은 ‘모둠장’이라는 직책보다 함께 배우는 방식에서 보인다

공동체역량이라고 하면

반장,

모둠장,

동아리 회장처럼 직책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책이 곧 공동체역량은 아닙니다.

모둠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학생의 의견을 정리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의 이유를 듣고,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다른 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역할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 보완하고,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에서도 충분히 협업과 소통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학 현장 자료에서도 단순히 ‘성실히 참여했다’거나 어떤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보다 협력·소통·책임감·문제해결이 실제로 나타난 장면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공동체역량은 사람들 앞에 서는 능력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배우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8. ‘성장’은 성적이 오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성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3등급에서 2등급,

2등급에서 1등급처럼 성적 상승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성적의 향상은 분명 의미 있는 성장입니다.

하지만 학습의 성장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나중에는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게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이 너무 컸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질문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실험 결과가 다르면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오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만 강조했지만 나중에는 상대의 근거를 듣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모두 성장입니다.

인천대 입학사정관과 교사의 간담회에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 시행착오와 확장 경험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 발전가능성을 읽기 좋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성장은 ‘더 어려운 것을 했다’는 변화보다,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 변화에서 더 잘 보일 때가 많습니다.

9. 성장은 ‘성장함’이라고 적는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다

세특에서

“탐구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함.”

이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만으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성장은 전과 후가 있을 때 더 분명해집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자료만 보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료와 결과가 달랐습니다.

조사 대상과 조사 시점을 비교했습니다.

처음 결론이 지나치게 단순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쪽으로 자신의 판단을 수정했습니다.

이때 ‘성장’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변화가 보입니다.

학생부를 영역별 기록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학생의 관심·고민·활동·변화·성장을 시간과 맥락 속에서 연결해 읽는다는 한 대학의 설명도 이 지점을 보여줍니다.

성장은 칭찬의 표현이 아니라,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 사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10. 실패와 시행착오는 성장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지만, 실패 자체가 역량은 아니다

앞선 자연계열 세특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실패한 탐구라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탐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했다는 사실이 성장의 증거는 아닙니다.

실패한 뒤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지 확인했는가.

자신의 가정을 다시 검토했는가.

방법을 수정했는가.

다시 시도했는가.

다음에는 무엇을 달리해야 할지 알게 되었는가.

그 과정이 있을 때 실패는 성장의 한 장면이 됩니다.

성장은 문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기록보다,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다시 움직였는지를 통해 더 잘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패를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성공한 탐구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처음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더 좋은 질문을 만들고,

자신이 얻은 결과의 한계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것 역시 성장입니다.

11. 진로가 바뀌었다면 그것도 성장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진로가 바뀌면 학생부의 일관성이 깨진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에게 진로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정책보다 기술적 해결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과 수학 탐구를 하며 공학적 접근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후 과목 선택과 탐구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변화의 과정이 설명된다면 진로 변경은 단절이 아니라 탐색의 흔적이 될 수 있습니다.

포항공대 간담회에서도 하나의 분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며, 여러 분야를 탐색하거나 진로가 바뀌더라도 그 과정에서 학생의 고민·배움·선택 이유가 읽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다만 지원 시점에서 해당 분야를 공부할 학업적 준비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되었습니다.

성장은 한 방향으로만 곧게 가는 것이 아니라, 탐색하면서 자신의 방향을 조금씩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12. 한 과목의 세특에 모든 역량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부담을 내려놓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어 세특 하나에

학업역량,

진로역량,

자기주도성,

창의성,

공동체역량,

리더십,

문제해결력을 모두 보여주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실제 수업의 모습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한 수업에서는 읽고 쓰는 힘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다른 수업에서는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수업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조정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생부는 하나의 세특으로 학생 전체를 판단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여러 과목과 여러 시기의 기록이 한 학생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모든 칸에 모든 역량을 넣는 것이 아니라

각 수업에서 실제로 드러난 학생의 모습을 정직하고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이런 기록들이 쌓였을 때 한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13. 성적과 세특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세특에는

“탁월한 학업역량을 보임.”

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교과 성취는 매우 낮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적 하나만으로 학생의 모든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시험과 탐구에서 드러나는 능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두 정보의 차이가 크다면 이유를 확인하게 됩니다.

인하대 입학사정관과 교사의 간담회에서도 낮은 성적과 매우 우수한 세특이 함께 있을 경우 세특의 구체적인 수행 근거와 맥락을 확인하게 된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추상적인 칭찬 표현만으로 교과 성취를 자동으로 뒤집는 구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성적은 좋은데 세특에서 실제 학습 과정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한 학생을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좋은 세특은 성적을 대신하는 문장이 아니라, 그 학생이 그 성취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배우고 생각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록이어야 합니다.

14. ‘내 역량이 무엇인가’보다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돌아보면 좋다

학기가 끝날 때

“나는 어떤 역량을 보여줬지?”

라고 묻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이번 학기에 이전보다 더 잘하게 된 것은 무엇인가?

읽는 방식일 수도 있고,

질문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문제를 설명하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처음과 생각이 달라진 지점은 무엇인가?

새로운 근거를 알게 된 뒤 판단을 바꾸었는가.

실험 결과를 보고 처음 가설을 수정했는가.

셋째,

문제가 생겼을 때 이전과 다르게 행동한 것이 있는가?

다른 방법을 시도했는가.

도움을 요청했는가.

추가 자료를 찾았는가.

넷째,

이 경험 이후 다음에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가?

새로운 질문,

다음 과목,

더 깊은 탐구로 이어지는 것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학생은 굳이 ‘학업역량’, ‘자기주도성’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자신의 변화와 강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5. 좋은 세특은 ‘완성된 학생’을 보여주는 기록이 아니다

학생부를 보면 가끔 모든 기록이 완벽해야 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항상 적극적이고,

항상 자기주도적이고,

항상 문제를 해결하고,

항상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생은 그렇게 배우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깁니다.

잘못 이해하기도 합니다.

질문이 너무 커서 다시 줄이기도 합니다.

실험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토론에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관심 분야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대학 현장 자료에서도 학생부를 단순히 활동과 칭찬 표현의 합으로 보기보다 관심·고민·활동·변화·성장의 흐름 속에서 읽으려는 관점이 확인됩니다. 다만 대학마다 학생부 평가요소와 강조점은 다르므로 하나의 평가 공식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세특은 이미 완성된 학생을 증명하는 기록이라기보다, 배우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힘을 만들어 가는 학생을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역량과 성장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읽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실패한 방법을 수정하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 속에서 역량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질 때 성장이 보입니다.

결국 세특에서 읽고 싶은 것은

“이 학생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한 문장만이 아닙니다.

“이 학생은 어떤 방식으로 배우며, 그 배움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흔적입니다.

이제 마지막 10편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보겠습니다.

질문이 있었는가.

그 질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가.

그리고 그 행동 뒤에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는 성찰이 있었는가.

10편에서는 「마지막 점검, 질문·행동·성찰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참고자료

2028학년도 건국대학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 수시 KU지역균형에서 학생부 교과정량 70%와 교과정성 30%를 결합하고, 교과정성평가에서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이수내역·세특 등을 통해 학업역량·진로역량을 평가하는 구조를 확인하는 데 활용함. 세부 평가방식은 후속 모집요강과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에서 재확인할 필요가 있음.

2028학년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 수시 고교추천전형과 미래인재 서류형·면접형의 서로 다른 학생부 활용 구조와, 서류평가에서 교과 성취·학업역량·진로역량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향을 확인하는 데 활용함. 시행계획 이후 세부 서류평가 기준은 모집요강·전형가이드에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음.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중 세특·역량·성장 관련 자료
— 세특에서 학업·진로·공동체와 같은 역량을 실제 수행과 교사 관찰의 근거로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 협업·소통·책임감이 구체적인 행동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설명 등을 참고함. 특정 대학의 용어를 전체 대학의 공통 평가체계로 사용하지 않음.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중 학생의 변화·발전 가능성 관련 자료
— 학생의 관심·고민·활동·변화·성장을 시간과 맥락 속에서 연결해 읽는 관점, 시행착오와 문제해결·확장 경험에서 발전가능성을 읽는 관점, 진로 변화 역시 탐색과 선택 이유가 드러날 때 성장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참고함. 대학별 강조점의 차이는 보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