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8. 00:10ㆍ학생을 읽다
좋은 세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⑩

이 연재의 마지막 글에서 저는 세특을 잘 쓰는 방법을 다시 정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번 지워보려고 합니다.
세특에 들어간 어려운 전문용어를 지우고,
화려한 활동 이름을 지우고,
희망 학과와 연결하기 위해 넣은 전공 키워드를 지우고,
‘우수함’, ‘탁월함’, ‘뛰어난 역량’ 같은 평가 표현까지 잠시 지워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도 무엇인가 남아 있을까요?
이 학생이 왜 궁금해했는지,
그 궁금증 때문에 무엇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새롭게 알거나 생각을 바꾸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다음 질문이나 다음 선택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그것이 남아 있다면 저는 그 기록에 학생의 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편 동안 우리는 세특의 출발을 ‘보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질문에서 찾았습니다.
희망 학과를 이해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살펴보았고,
수업과 독서 속 작은 의구심에서 탐구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질문을 작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법,
인문 계열에서는 관점과 근거를 만드는 과정,
자연 계열에서는 결과보다 설계·수정·해석의 과정이 중요한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한 학기에 하나의 대표 탐구를 남겨보자고 했고,
그 탐구는 결국 교과의 고유한 사고방식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9편에서는 그 모든 과정에서 학생의 역량과 성장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 모든 내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보려 합니다.
좋은 세특은 질문, 행동, 성찰이 따로 존재하는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배움이 다음 배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보이는 기록입니다.
1. 마지막에 확인할 것은 ‘무엇을 했는가’만이 아니다
학생부를 정리하다 보면 가장 먼저 활동 목록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발표를 했는가.
보고서를 작성했는가.
실험을 했는가.
토론을 했는가.
독서를 했는가.
물론 모두 중요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같은 발표를 했다고 모든 학생의 배움이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실험을 했다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한 것도 아닙니다.
같은 책을 읽었다고 같은 질문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마지막 점검에서는
“무엇을 했는가?”
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왜 그것을 했는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그 경험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 질문이 필요합니다.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교사의 간담회 자료에서도 활동명이나 진로 키워드보다 학생이 수업에서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질문·사고·분석·수행을 했는지, 그리고 그 수준을 교사가 어떤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 여러 대학에서 반복됩니다.
활동 자체보다 활동을 둘러싼 학생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2. 질문은 탐구 제목이 아니라 ‘왜 시작했는가’에 가깝다
세특에서 말하는 질문은 반드시 거창한 연구 질문일 필요가 없습니다.
“왜 같은 사건을 다룬 두 기사에서 설명이 다르지?”
“이 공식은 조건이 달라져도 항상 성립할까?”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인물의 선택을 당시 사회의 기준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수업에서 생긴 이런 의문도 충분히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문장이 그럴듯한가가 아닙니다.
그 질문이 학생의 실제 궁금증이었고,
그 궁금증이 다음 행동을 일으켰는가입니다.
한 대학의 설명에서도 활동명이 무엇인지보다 학생이 왜 궁금해했는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 그 질문이 다음 탐구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중요하게 보았으며, 단순히 그럴듯한 탐구 동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질문과 행동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질문은 멋진 문장으로 시작되는 질문이 아니라, 학생을 움직이게 한 질문입니다.
3. 행동은 ‘큰 활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질문이 생겼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인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행동입니다.
하지만 행동이라고 하면 학생들은 또다시 큰 프로젝트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실험을 새로 설계하거나,
설문조사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자료 하나를 더 찾아보는 것도 행동입니다.
두 자료의 주장과 근거를 비교하는 것도 행동입니다.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다시 풀어보는 것도 행동입니다.
실험 조건 하나를 바꾸어보는 것도 행동입니다.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
친구의 의견을 듣는 것,
글의 논리를 다시 고치는 것,
처음 세운 기준을 수정하는 것도 모두 학습 행동입니다.
행동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앞선 질문에 대한 학생의 선택인가 하는 점입니다.
무엇을 했다는 사실만 존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활동은 서로 흩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행동이라도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4. 성찰은 ‘느낀 점’을 쓰는 것과 다르다
탐구 활동이 끝나면 흔히 마지막에 ‘느낀 점’을 씁니다.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졌다.”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런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생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충분히 알기 어렵습니다.
성찰은 조금 다릅니다.
처음에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실제로 확인해보니 무엇이 달랐는가.
내가 사용한 방법에는 어떤 한계가 있었는가.
내가 놓친 조건은 무엇이었는가.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새롭게 생긴 질문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성찰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달랐을 때
“실험이 실패해서 아쉬웠다.”
에서 끝나는 것과,
“온도 이외의 조건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해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에는 변인을 다시 설정해 확인해보고 싶다.”
고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후자에는 자신의 방법을 다시 바라보는 생각이 있습니다.
성찰은 활동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방법·판단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5. 질문·행동·성찰이 연결되면 하나의 탐구가 된다
세 요소를 하나의 사례로 이어보겠습니다.
사회 수업에서 지역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배우던 학생이
“방문객이 많아지면 지역 주민에게도 항상 좋은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해보겠습니다.
이것이 질문입니다.
학생은 방문객 수와 지역 상권 자료를 찾아보고,
축제 전후의 매출이나 교통 문제,
쓰레기 증가,
주민 의견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자료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도 비교합니다.
이것이 행동입니다.
조사를 마친 뒤 학생은
‘관광객 증가 = 지역경제 활성화’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처음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제적 효과도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환경·교통·주민 생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에게 지속가능한 축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여기까지 오면 처음 질문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질문 → 행동 → 성찰 → 새로운 질문.
저는 깊이 있는 탐구에서 중요한 흐름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그러나 ‘질문 → 행동 → 성찰’을 또 하나의 공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뒤
“앞으로 모든 세특을 질문 → 행동 → 성찰 순서로 써야겠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연재가 계속 경계해 온 또 다른 형태의 공식화입니다.
실제 배움은 언제나 질문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제시한 실험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나 질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친구와 토론하다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근거를 듣고 처음으로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전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되면서 뒤늦게 질문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행동 → 질문 → 다시 행동 → 성찰
일 수도 있고,
질문 → 행동 → 새로운 질문 → 추가 행동
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현장 자료에서도 문제 인식→시도→수정→검증→해결 같은 과정을 좋은 기록의 한 모습으로 설명하면서도, 이것을 정형화된 문장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가 함께 제시됩니다.
중요한 것은 세 단계의 순서가 아니라, 앞의 경험이 다음 생각과 행동의 이유가 되고 있는가입니다.
7. ‘연결된다’는 것은 같은 주제를 계속 반복한다는 뜻도 아니다
학생부에서 ‘연결’이나 ‘일관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한 주제를 3년 동안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다면
국어도 인공지능,
영어도 인공지능,
수학도 인공지능,
사회도 인공지능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8편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교과마다 고유한 학습 방식이 있습니다.
연결은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선 경험이 다음 배움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1학년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사회 수업에서는 정책과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과학 수업에서는 오염 물질과 측정 방법을 공부했습니다.
수학에서는 실제 환경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관심이 점차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주제는 조금씩 달라져도
질문하는 방식,
자료를 판단하는 방식,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 대학의 설명에서도 같은 키워드를 반복하는 것 자체보다 이전에 배운 내용을 새로운 개념으로 다시 이해하고 개선·확장하는 과정이 있다면 의미 있는 탐구의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결은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배움이 다음 배움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8. 대표 탐구의 끝에는 가능하면 ‘다음 질문’이 남는다
7편에서 한 학기에 하나의 대표 탐구를 남겨보자고 했습니다.
대표 탐구는 가장 어려운 탐구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활동도,
희망 학과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활동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질문과 실제 행동, 생각의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탐구입니다.
그런 대표 탐구를 마지막으로 점검할 때 저는 하나의 질문을 더 던지고 싶습니다.
“이 탐구가 끝난 뒤 무엇이 남았는가?”
보고서 한 편만 남았는가.
발표자료 한 장만 남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질문이 남았는가.
결과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원인을 탐색하고 후속 질문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의미 있는 탐구가 될 수 있다는 대학 현장의 설명도 있습니다. 다만 실패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학습·성찰·후속 행동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모든 탐구가 반드시 후속 탐구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탐구를 통해
“아, 이것은 더 알아보고 싶다.”
“내 방법으로는 여기까지밖에 확인할 수 없구나.”
“다음에는 이런 조건을 추가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생겼다면 그 탐구는 학생에게 무엇인가를 남긴 것입니다.
탐구의 좋은 결론은 모든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정확한 질문을 갖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9. 질문과 행동은 결국 교과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8편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행동·성찰의 흐름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좋은 교과 탐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어 시간이라면 읽고 쓰고 말하고 근거를 판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수학이라면 관계를 찾고 추론하고 모델을 만들고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에서는 관점과 맥락, 이해관계와 판단 기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서는 개념을 적용하고 관찰·측정·비교하며 결과와 오차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느 교과에서 탐구하느냐에 따라 행동의 방식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질문이 있는가?”
다음에는
“이 과목의 방식으로 그 질문을 다루었는가?”
를 물어야 합니다.
질문은 학생에게서 출발하지만, 탐구하는 방식은 교과에서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8편과 이번 마지막 편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10. 행동과 성찰 사이에는 ‘수정’이 있을 때가 많다
좋은 탐구를 보면 처음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는 경우보다 중간에 수정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처음 예상과 달랐습니다.
실험 조건이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세운 기준으로는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질문이 너무 커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방법을 바꿉니다.
대상을 줄이거나,
자료를 추가하거나,
변인을 다시 설정하거나,
주장의 범위를 좁힙니다.
이 수정은 탐구가 잘못되었다는 흔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방법을 점검할 수 있었다는 흔적일 수 있습니다.
대학 현장에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시도하며 수정·검증하고 해결해가는 과정, 그리고 시행착오 이후의 확장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읽기 좋다는 설명이 제시되었습니다.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은 처음부터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법을 수정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11. 좋은 흐름은 기록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또 하나의 유혹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특에 잘 기록되도록 질문과 행동과 성찰을 미리 설계하면 되겠네.”
일부 계획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지나치면 다시 세특을 위한 활동을 만들게 됩니다.
첫 글에서 이야기했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특은 학생이 대학에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작품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실제로 배우는 학생을 교사가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입니다.
동국대 관련 대학 현장 설명에서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강조하면서, 기록만 화려한 학생부보다 실제 수업과 학습과정이 뒷받침되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순서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좋은 활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배움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학생의 행동이 나타나고,
교사가 그것을 관찰하고,
그 결과가 기록으로 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세특을 잘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특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제대로 배우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12. 학생이 학기 말에 스스로 물어볼 여섯 가지 질문
이제 정말 마지막 점검입니다.
세특 문장이 어떻게 적힐지를 예상하기보다 자신의 한 학기 수업을 떠올리며 다음 질문에 답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수업에서 내가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질문은 무엇이었는가?
둘째,
그 질문 때문에 내가 실제로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읽었는가.
비교했는가.
계산했는가.
실험했는가.
토론했는가.
다시 써보았는가.
셋째,
처음 생각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넷째,
잘되지 않았을 때 무엇을 바꾸었는가?
다섯째,
이 과정에서 이 과목을 공부하는 방식 중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가?
여섯째,
이 경험 뒤에 새롭게 남은 질문은 무엇인가?
여섯 질문에 모두 완벽하게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수업에서 이런 탐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 학기를 돌아보았을 때 몇몇 수업에서 이런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학생이 수업을 자신의 배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13. 세특의 ‘연결성’은 학생의 삶이 한 줄로 곧게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학생부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너무 쉽게 ‘일관성’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진로가 바뀌면 걱정합니다.
관심이 여러 개이면 불안해합니다.
앞의 활동과 다른 탐구를 하면 학생부가 흩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배움은 그렇게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관심이 생겼다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교과를 배우며 이전에는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경험이 하나의 전공명으로 모이는 것이 아닙니다.
왜 관심이 바뀌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새로운 선택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가 이해되는 것입니다.
좋은 연결은 한 방향으로만 가는 직선이 아니라, 선택과 변화 사이에 이유가 보이는 흐름입니다.
이것은 ARETE WEAVE가 학생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학생은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닙니다.
배우면서 자신의 관심을 발견하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실패하면서 자신의 방법을 고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넓혀 갑니다.
그 과정 자체가 학생의 결입니다.
14. 결국 좋은 세특은 ‘학생이 어떻게 배우는가’를 보여준다
10편을 돌아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좋은 세특은 무엇일까?
대단한 활동이 많은 기록일까.
희망 전공과 모든 과목을 연결한 기록일까.
어려운 논문과 전문용어가 많은 기록일까.
‘우수함’과 ‘탁월함’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기록일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업 속에서 궁금해한 것이 있고,
그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않고 무엇인가 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방법을 바꾸었으며,
그 경험이 또 다른 질문이나 선택으로 이어지는 학생.
그 학생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이 좋은 세특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학생부 기록을 구체성·과정성·개별성·확장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문제 인식에서 시도·수정·검증으로 이어지고 학생 개인의 관심과 선택, 이후의 확장이 나타날 때 평가 근거가 풍부해진다는 대학 현장의 설명도 이러한 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동시에 이 역시 하나의 정형화된 문장 공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가 함께 제시됩니다.
그래서 이 10편의 연재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남기고 싶은 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세특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수업에서 궁금해하고,
자신의 질문을 만들고,
직접 해보고,
틀렸다면 다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더 정확하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학생은 깊이 읽는 힘을 발견할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문제를 끝까지 붙잡는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친구와 함께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처음 생각했던 진로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것 역시 배움입니다.
좋은 세특은 ‘좋아 보이는 학생’을 만들어내는 기록이 아니라, 한 학생이 자기 방식으로 배우고 변화해 가는 흔적을 남기는 기록입니다.
질문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이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이 다시 다음 질문을 만듭니다.
그렇게 수업의 한 장면이 다음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여러 장면이 쌓여 한 학생의 학교생활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방향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과 같은 질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이 배운 것에서 시작해,
자신이 궁금한 것을 붙잡고,
자신의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됩니다.
그것이 이 연재에서 말하고 싶었던 ‘좋은 세특’의 출발이자 마지막입니다.
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참고자료
대학 입학사정관·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통합 분석 자료
— 여러 대학에서 세특을 활동명이나 진로 키워드의 집합보다 학생의 실제 이해·질문·사고·수행과 교사의 구체적 관찰이 연결된 자료로 설명한 내용을 참고함. 대학별 평가요소와 상대적 비중의 차이는 별도로 고려함.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중 탐구 과정 관련 자료
— 활동의 이름보다 질문의 출발 이유와 후속 탐구의 연결, 실패 이후의 원인 탐색·성찰·후속 행동, 같은 주제라도 새로운 개념을 통해 확장되는 과정에 관한 설명을 참고함. 특정 대학의 탐구관을 모든 대학의 동일한 기준으로 일반화하지 않음.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중 학생부 기록 과정 관련 자료
— 구체성·과정성·개별성·확장성, 문제 인식→시도→수정→검증→해결 등의 사례를 통해 실제 학습 과정이 기록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참고함. 해당 과정은 정형화된 세특 작성 공식이 아님.
2027학년도 성균관대학교 수시모집요강 및 대학별 학생부위주전형 평가자료
— 대학이 학생부를 단일 활동이나 표현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탐구 등 복수의 평가영역을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대학별 평가요소와 명칭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확인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함. 2028학년도 실제 세부 평가방법은 해당 학년도 최종 모집요강에서 다시 확인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