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대입·진학·교육을 현장의 시선으로 해석합니다.

학생을 읽다

희망 학과를 제대로 알아야 탐구의 방향이 보인다

우함길 이 선생 2026. 10. 2. 22:51

좋은 세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②

 

희망 학과와 유사 학과 비교를 통한 탐구 방향 설정

 

학생들에게 희망학과를 물으면 비교적 빠르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를 생각하고 있어요.”

“건축학과 아니면 도시공학과에 가고 싶어요.”

“화학공학과나 환경공학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으면 어느 정도 진로의 방향을 정한 학생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의외로 두 학과가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는 무엇이 다른데?”

“건축학과와 도시공학과에서는 각각 무엇을 배우니?”

“화학공학과와 환경공학과 중에서 네가 더 끌리는 공부는 무엇이야?”

여기서 대답이 막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희망학과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 학과에서 실제로 무엇을 배우는지, 비슷해 보이는 다른 학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까지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세특 탐구 주제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탐구의 방향을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학과가 무엇을 공부하는 곳인지 알아야, 그 학문과 나의 관심이 어디에서 만나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1. 학과 이름을 아는 것과 그 학문을 아는 것은 다르다

학생들이 어떤 학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좋아하는 교과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이나 영상에서 본 사람이 계기가 되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 취업 전망 등이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계기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진로 탐색은 얼마든지 그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과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담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심리학은 상담만 공부하는 학문은 아닙니다.

인지, 발달, 사회, 성격, 연구방법, 통계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경제학도 단순히 돈을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고, 컴퓨터공학도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학과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학과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실제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가끔 이런 기준을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조카가 ‘그 학과에서는 뭐 배우는 거야?’라고 물었을 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문용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학과가 무엇을 공부하는 곳이고, 나는 그 가운데 무엇에 끌렸는지를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희망학과가 생겼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이 학과의 이름에 끌린 것일까, 아니면 이 학문이 다루는 문제에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일까?”

2. 학과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전공 키워드’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희망학과를 알아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관련 용어부터 찾기도 합니다.

생명공학이면 유전자, 줄기세포, 유전자 편집.

경영학이면 마케팅, ESG, 빅데이터.

컴퓨터공학이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알고리즘.

물론 이런 개념을 알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공 관련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 그 학문을 이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학문이 어떤 현상을 궁금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 속에서 어떻게 선택하는지, 그 선택이 시장과 사회에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를 탐구합니다.

심리학은 사람이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합니다.

사회학은 개인의 행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와 관계를 살펴봅니다.

공학은 자연과학과 수학의 원리를 토대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계합니다.

이렇게 학문의 성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

“전공 관련 탐구 주제를 하나 골라야지.”

보다

“내가 궁금했던 문제를 이 학문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탐구는 그때부터 조금 더 자신의 것이 됩니다.

3. 먼저 커리어넷에서 학과의 ‘전체 지도’를 펼쳐보자

희망학과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면 저는 먼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의 대학 학과정보를 살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커리어넷에서는 학과의 개요와 특성, 흥미와 적성, 개설 대학, 학과 인터뷰, 관련 고교 선택과목, 관련 자격과 직업, 졸업 후 진출 분야, 관련·유사 학과 등 학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학과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 학과와 관련된 흥미와 적성을 가지고 있는가.

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가.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과와 연결될 수 있는가.

졸업 후에는 어떤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가.

비슷한 학과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하나씩 답해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자격이나 직업, 진출 분야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생각했던 학과 공부가 이후 어떤 일과 분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면서, 내가 그려왔던 진로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비슷해 보이는 학과는 왜 따로 존재할까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특히 많이 듣는 표현이 있습니다.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요.”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를 생각하고 있어요.”

“화학공학과 아니면 신소재공학과요.”

두 학과를 함께 이야기한다는 것은 관심의 방향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렇다면 두 학과는 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할까?”

유사한 학과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같은 공부를 한다면 굳이 별도의 학과로 존재할 이유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차이를 아주 단순화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교해 볼 학과 함께 관심을 가질 만한 지점 먼저 구별해서 볼 지점
경영학과 · 경제학과 기업, 시장, 경제활동 경영은 조직과 기업의 운영·의사결정에, 경제는 시장·자원배분·경제현상의 원리와 분석에 상대적으로 더 초점
컴퓨터공학과 · 소프트웨어학과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컴퓨팅 컴퓨터공학은 컴퓨터 시스템 전반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연계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고,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설계·개발과 응용에 보다 집중하는 경우가 많음
화학공학과 · 신소재공학과 화학·물리 기반의 공학적 문제 해결 화학공학은 물질의 변화와 생산 공정, 신소재는 재료의 구조·성질과 새로운 소재의 설계·응용에 상대적으로 초점
건축학과 · 건축공학과 · 도시공학과 사람과 공간, 건조환경 건축학은 공간·건축 설계, 건축공학은 구조·시공·환경 등의 공학, 도시공학은 도시 전체의 계획·교통·인프라와 시스템 문제를 주로 다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 문화콘텐츠학과 미디어와 콘텐츠, 문화산업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와 소통 현상을 분석하는 데, 문화콘텐츠는 콘텐츠의 기획·제작·산업적 활용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둘 수 있음
법학과 · 행정학과 제도, 국가, 사회문제 법학은 법과 법적 판단·해석에, 행정학은 정부·공공조직·정책의 운영과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초점

물론 이 표를 새로운 ‘학과 공식’처럼 외워서는 안 됩니다.

같은 학과 이름이라도 대학마다 교육과정과 강조점이 다르고, 학과 명칭만으로 실제 공부를 완전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각 대학의 실제 교육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교를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학생의 질문은 달라집니다.

“경영이랑 경제 둘 다 괜찮아요.”

에서

“나는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보다 경제정책이 사람들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더 궁금한 것 같아요.”

로 바뀔 수 있습니다.

“건축 쪽에 관심 있어요.”

에서

“나는 건물을 직접 설계하는 것보다 도시의 교통과 공간이 어떻게 배치되는지가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꽤 큽니다.

유사 학과를 비교하는 과정은 대학을 고르는 작업인 동시에, 내가 무엇에 정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5. 유사 학과를 비교하면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시 보인다

학과를 비교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컴퓨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학생이 실제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건축에 관심 있다고 생각했지만 건물 자체의 설계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구조와 교통 문제에 더 끌릴 수도 있습니다.

화학을 좋아해서 화학공학과를 생각했지만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보다 새로운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는 쪽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비슷한 관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무엇에 끌리는가’가 다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좋은 진로 탐색은

“나는 이과니까 공대.”

“사회에 관심 있으니까 경영이나 경제.”

처럼 큰 범주를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관심을 더 잘게 들여다보면서

“나는 그중에서도 무엇이 궁금한가?”

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탐구의 질문도 훨씬 구체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6. 그다음에는 대학 학과 홈페이지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자

커리어넷에서 학과의 전체 지도를 살펴봤다면 다음에는 희망 대학의 학과 홈페이지로 가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이름의 학과라도 대학마다 교육과정은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어떤 기초과목을 중요하게 두는지,

어떤 세부 분야로 확장되는지,

어떤 과목들이 학년별로 이어지는지는 대학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과정·교과과정·전공과목 메뉴를 실제로 펼쳐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적어도 다섯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 학과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가.

학과 이름만 볼 때보다 실제 전공과목을 보면 공부의 내용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둘째, 내가 생각했던 학과가 정말 내가 원하는 학과인가.

학과의 이미지에는 끌렸지만 실제 배우는 내용에는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고등학교 때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진로 탐색입니다.

셋째, 그 가운데 내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과목이나 분야는 무엇인가.

전체 교육과정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낯선 과목 가운데 유난히 궁금한 것이 하나 생기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넷째, 지금 학교 수업에서 어떤 질문을 더 탐구해 볼 수 있는가.

대학 전공과목을 그대로 가져와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탐구를 만들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학에서 어떤 문제를 공부하는지 살펴본 뒤,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 개념에서 자신이 더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찾는 것입니다.

다섯째, 이 학과는 어떤 공부의 기초와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교육과정에서 반복되는 기초과목과 전공의 흐름을 보면 이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학과 홈페이지의 교육목표나 인재상까지 함께 본다면 그 학과가 어떤 학생의 학업과 성장을 기대하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세특 주제를 베끼기 위한 목록이 아니라, 자신이 앞으로 배우고 싶은 학문을 이해하기 위한 지도입니다.

7. 커리어넷과 학과 홈페이지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해 준다

두 자료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역할이 조금 다릅니다.

커리어넷에서는 먼저

“이 학과는 대체 어떤 학과인가?”

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학과의 성격과 흥미·적성, 관련 분야와 직업, 개설 대학과 비슷한 학과를 살펴보면서 전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대학 학과 홈페이지에서는

“이 대학의 이 학과에서는 실제로 무엇을 배우는가?”

를 확인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가능하면 이 둘을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커리어넷에서 학과의 지도를 보고, 유사 학과를 비교한 뒤, 대학 홈페이지에서 실제 교육과정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 막연했던 학과 이름이 실제 공부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8. 학과를 이해하면 같은 관심도 질문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환경’이라는 관심만으로는 아직 탐구의 방향이 매우 넓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관심 있는 학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면 질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탄소세는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까?”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화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는 분해 가능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도시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도시의 토지 이용이나 교통 체계가 탄소 배출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를 궁금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환경문제의 피해는 왜 사회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까?”

라는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같은 ‘환경’이라는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질문은 전혀 다릅니다.

어느 질문이 더 좋은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그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더 알고 싶은지가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학과를 이해한다는 것은 탐구 제목 앞에 전공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내 관심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얻는 일입니다.

9. 그렇다고 모든 세특을 희망학과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희망학과를 제대로 알아보라는 말은 모든 교과의 세특을 그 학과에 맞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가 참여한 여러 차례의 간담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명은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여러 대학 입학사정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과 세특에서는 먼저 그 교과에서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사고와 수행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모든 과목을 같은 전공 키워드로 수렴시키면 오히려 교과 고유의 학업역량이 흐려질 수 있다는 설명도 확인됩니다.

대학마다 강조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성균관대와 포스텍의 설명에서는 특정 전공 키워드보다 학업과 탐구의 질, 호기심과 관심의 확장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는 반면, 건국대·인하대·동국대·경희대 등의 설명에서는 지원 분야에 필요한 관련 교과의 이수와 성취를 중요한 준비 근거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대학의 설명을 모든 대학의 공통 기준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과목에서 전공을 보여줘야 한다.”

가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학업의 기반을 갖추면서, 각 교과에서는 그 교과답게 배우고 있는가”

입니다.

희망학과는 모든 수업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학생이 자신의 관심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공부를 선택하도록 돕는 방향표에 가까워야 합니다.

10. 탐구의 방향은 ‘학과’와 ‘교과’와 ‘나’가 만나는 곳에서 생긴다

저는 학생들이 탐구 주제를 정할 때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면 좋다고 봅니다.

먼저 나에게 어떤 관심과 궁금증이 있는가를 봅니다.

다음으로 지금 배우고 있는 교과에서 어떤 개념과 질문을 만났는가를 봅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학문에서는 이와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찾아봅니다.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탐구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시간에 항생제 내성을 배우면서

“세균은 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까?”

라는 질문이 생긴 학생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생명과학 자체의 개념을 더 깊이 탐구할 수도 있습니다.

의학이나 약학에 관심이 있다면 항생제 사용과 치료 문제로 관심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과학적 관심이 있다면 항생제 사용 정책이나 공중보건 문제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약학과에 좋은 탐구 주제를 찾아야지.”

라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업 속에서 질문이 생겼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알아가면서 질문이 조금 더 구체화된 것입니다.

간담회에 참여한 여러 대학 입학사정관의 설명에서도 좋은 탐구는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는 것보다 학생 자신의 질문에서 출발해 교과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며, 자료를 분석하고 다음 질문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관점이 나타납니다.

이런 탐구는 학생 자신에게도 설명하기 쉽습니다.

왜 시작했는지를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1. 희망학과가 바뀌어도 탐색은 실패가 아니다

커리어넷에서 비슷한 학과를 비교하고 대학의 교육과정을 자세히 보다 보면 뜻밖의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학과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경영학과를 생각했던 학생이 경제학과의 질문에 더 끌릴 수 있습니다.

건축학과를 생각했던 학생이 도시공학의 공부를 보고 자신의 관심이 건물보다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생각하던 학생이 실제로는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정 분야에 더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희망학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탐색에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탐색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입니다.

대학 입학사정관과 고교 진학지도 교사가 참여한 간담회 내용을 살펴보면, 고등학교 1학년 단계에서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것을 자연스러운 탐색 과정으로 보는 설명이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진로가 변경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관심이 달라졌고 이후 과목선택과 탐구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로 탐색의 목적은 처음 정한 학과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 사람인지 점점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입니다.

12. 좋은 세특의 방향을 찾기 전에 먼저 ‘나의 관심’을 찾아야 한다

희망학과를 알아보는 이유를 입시에서만 찾으면 질문은 쉽게 이렇게 바뀝니다.

“이 학과에 맞는 세특은 무엇일까?”

“어떤 활동을 해야 전공적합성이 있어 보일까?”

“내 생기부에는 무엇을 더 넣어야 할까?”

그러나 중심을 다시 자신에게 돌리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나는 왜 이 학과에 끌렸을까?”

“비슷한 학과 가운데 왜 이쪽이 더 마음에 들까?”

“그 학문이 다루는 것 가운데 무엇이 가장 궁금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수업과 그 관심은 어디에서 연결될까?”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평가자에게 보여줄 활동을 만드는 질문이 아닙니다.

자신의 관심을 이해하고 다음 공부를 선택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점에서 학생부에 어떤 학습과 탐구의 과정이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훨씬 구체적으로 생깁니다.

커리어넷에서 학과를 알아보고,

유사 학과를 비교하고,

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과목과 분야를 찾았다면,

이제 학생은

“생기부를 무엇으로 채울까?”

가 아니라

“내가 정말 궁금한 이것을 지금 수업에서 어떻게 더 공부해 볼까?”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편에서 좋은 세특의 출발을

“나는 무엇이 궁금한 사람인가?”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편에서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은 무엇이고, 그 학문의 어떤 부분이 나를 끌어당기는가?”

좋은 세특은 평가자에게 보여줄 무언가를 먼저 만드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에 정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더 알고 싶은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희망학과를 제대로 알아보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학과 선택 작업이 아닙니다.

결국 나를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때,

탐구의 방향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각자의 결을 따라, 자기답게.

참고자료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대학교 학과정보」 — 학과 개요와 특성, 흥미·적성, 관련 직업과 진출 분야, 개설 대학 및 관련 세부학과 등 학과 탐색 자료.

인천광역시교육청 주관 대학 입학사정관·고교 진학지도 교사 간담회 자료 — 전공·계열 적합성, 교과와 진로의 연결, 탐구의 과정, 진로변경과 탐색 등에 관한 여러 대학 입학사정관의 설명을 종합하여 참고함.